추락의 해부 후기
쥐스틴 트리에가 감독과 공동 각본을 맡은 이 영화는 작년 개봉한 프랑스 스릴러 영화입니다. 뛰어난 작품성으로 2023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까지 수상했다고 하는데요, 법정 드라마 장르로 가족 내에서 벌어지는 범죄 사건과 부부관계를 샅샅이 파헤치는 영화입니다. 흰색과 빨간색의 대비가 극명한 포스터부터 궁금증을 자아내고 압도적인 느낌을 풍겨 개봉 직후 바로 관람을 하러 갔습니다.
영화는 한 남자의 죽음으로 시작됩니다. 그의 이름은 사무엘이며 주인공 산드라의 남편으로 그들에게는 초등학생 시각 장애인 아들이 한 명 있습니다. 산책 후 돌아온 아들은 눈 위에 피를 흘리며 누워있는 아버지의 시체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의 죽음을 향한 수많은 의문을 둘러싸고 형사들은 이 사건의 실마리를 찾고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노력합니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는 같은 시각 집에 함께 있었던 아내 산드라가 지목됩니다. 아내는 처음부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변호인에게 사건의 사실만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데요, 변호인은 현실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며 오직 법정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발언과 진술을 하도록 권고합니다.
(스포 주의) (스포 주의) (스포 주의) (스포 주의)
영화 전반에 걸쳐서는 범죄와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산드라와 사무엘의 부부관계로 초점이 전환됩니다. 법정에서 녹음 파일을 틀며 부부싸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의 명장면이자 핵심 메시지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검사 측에선 이에 대해 아내에게 살벌한 질문으로 추궁하며 남편에게 앙심을 품었던 아내라는 이미지를 강요합니다. 하지만 산드라는 두 사람의 부부관계는 단순히 이 영상 하나의 싸움으로만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때론 과장되기도 하고 그 이면의 일들은 전부 보이지 않았으며 둘만이 형성한 관계적인 상호작용이 많다는 것을 말입니다.
한 편 부부 관계의 자세한 상황을 처음으로 듣게 된 초등학생 아들은 큰 충격을 받고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또한, 마지막에 증인으로서 사건에 도움이 될만한 실마리를 던져줍니다. 결국 무죄판결을 받고 풀려난 산드라는 집으로 돌아와 아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며 남편의 서재에 누워 잠드는 장면으로 영화는 마무리가 됩니다.
추락의 해부 후기
영화 전반적으로 몰입감이 매우 좋아서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순간도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봤습니다. 쇼팽 전주곡과 클래식 음악 ost들이 모두 긴장감과 몰입감을 높이는 데 효과를 주었고 각 장면의 특색을 살리는 음악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 내내 열린 결말의 자세를 보여주며 단순히 사건의 전개가 아닌 부부관계에 초점을 맞춘 것이 인상적이고 좋았습니다. 특히나 법정 씬은 오고 가는 대사 하나하나가 인간관계를 맺고 사는 우리가 각자 마음속으로 한 번쯤은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장면이 아닐까 합니다.
어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도 각자 법정에서 서로의 잘잘못을 하나부터 열까지 따진다면 죄가 없고 문제없는 관계는 없을 것입니다. 관계 형성은 반드시 동등한 크기의 감정으로 이루어질 수 없고 완벽히 공평할 수 없으며 때로는 문제가 많음에도 상황적 요건에 갇혀 차마 해결할 수 없을 때가 많을 것입니다. 두 사람이 서로 어떠한 관계와 감정들을 쌓아왔는지 진실은 오직 그들만이 알 것이고, 이마저도 각자의 해석 방식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이고 상황을 각자의 방식대로 해석하기 마련이며 이때에 발생하는 확증적 편향도 무시할 수 없게 됩니다. 결국 완벽한 공평함과 공정함을 추구하고 잘못을 저울질하기보다는 서로의 부족함을 이해하고 여전히 관용과 사랑에 의지해야 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매우 재밌게 봤던 '12인의 성난 사람들'과 '결혼 이야기'라는 영화와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이 영화를 재밌게 보신 분들이라면 두 영화들도 꼭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추락의 해부 개인 평점
4 / 5
OTT로 나온다면 재관람 의향이 있음